맞춤법 네 번째 이야기입니다.
아마 맞춤법과 관련한 글은 마지막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은 지속한다고 해도 한두 개 정도일 것 같네요.😥
이번에는 '있다'/'이따'에 관해 이야기해 볼 것입니다.
'이따'를 '있다'로 잘못 사용하는 경우입니다.
예문을 먼저 살펴봐야겠죠?
'있다'와 '이따'의 구분
(1) "여기 있다 가면 안 돼요?"
(2) "있다(가) 마트 가서 두부 좀 사 와라."
(3) "이따(가) 가면 안돼?"
위 세 가지 문장 중에는 한 가지 틀린 문장이 있습니다.
알아채셨나요? 정답은 (2)입니다.
'시간이 조금 지난 뒤에'의 의미를 나타내기 위해 '이따'를 사용할 자리에
(2)와 같이 '있다'를 사용하는 오류를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틀리는 이유는? 역시 발음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번에도 '있다'와 '이따'의 사전 정의를 확인해 볼까요?
'있다' | 1. 사람이나 동물이 어느 곳에서 떠나거나 벗어나지 아니하고 머물다. |
2. 「부사」 → 이따. | |
'이따' | 조금 지난 뒤에. |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가져온 '있다'와 '이따'의 사전적 정의입니다.
예문 (1)의 '있다'는 '있다'1의 의미가 사용된 것임을 바로 알 수 있네요.
'이따'는 '조금 지난 뒤에'라는 뜻의 부사로 정의되어 있고,
'있다'2는 부사 '이따'의 잘못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즉, '며칠'을 '몇일'로 쓰는 경우와 같이, '이따'를 '있다'로 쓰는 것은 반드시 틀린 사용입니다.
둘을 구분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있다'는 '장소'를, '이따'는 '시간'을 가리키는 것임을 기억하시면 됩니다.
아주 쉽지요?
그런데, (2)는 반드시 틀린 문장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예문 (2)가 만약 (1)처럼 앞에 '여기'가 있었다가 생략된 문장이라면,
'이따'가 아닌 '있다'를 사용하는 것이 맞겠지요.
(3)도 마찬가지입니다.
네이버에서 아주 확실하게 설명을 해 주고 있네요.
아래 이미지는 네이버 국어사전 학습정보의 캡처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이것으로 문제가 모두 해결되지는 않았습니다.
위에서 살펴본 것은 '이따'를 '있다'로 잘못 사용하는 오류인데,
'있다'를 '이따'로 잘못 사용하는 오류도 존재할 것입니다.
이게 정말 헷갈리는 경우거든요.
네이버 국어사전의 '우리말 바로 쓰기'에서
이것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따'는 분명 시간을 가리키기에 '10분만 이따가 출발할게.'로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는 말이네요.🤔
아래와 같은 예문들에 대해서도 한 번 생각해 볼까요?
(4) "조금 이따 샤워해."
(5) "조금 있다가 가면 될 것 같습니다."
(4)는 틀린 문장, (5)는 올바른 문장입니다.
이유는 제가 첨부한 캡처에서 설명하고 있는데요, 꽤 헷갈립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저는 조금 색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 보았는데요.
대입과 의미의 중복을 활용했습니다.
예문 (4)의 '이따'에 '이따'의 뜻인 '조금 지난 뒤에'를 대입해 볼까요?
"조금 조금 지난 뒤에 샤워해."가 됩니다. '조금'이 중복되지요?
글을 쓸 때는 보통 철자법뿐 아니라 의미의 중복을 고려하여 글을 쓰게 되는데요,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문장을 봅시다.
(5) "넓은 광장으로 갑시다."
(6) "그는 더러운 오물을 만지는 것을 싫어한다."
(5)와 (6)은 틀린 문장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문법적으로 틀리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어색한 문장으로 볼 수는 있는데, 의미의 중복 때문입니다.
(5)에서 '광장'이라는 단어는 이미 '넓다'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냥 "광장으로 갑시다."라고 해도 문장의 의미는 변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6)에서 '오물'이라는 단어가 이미 '더럽다'의 의미를 포함합니다.
따라서 (6)은 어색한 문장이며, "그는 오물을 만지는 것을 싫어한다."와 같이 쓰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이제 (4)가 왜 어색한 문장인지 아시겠지요?
이미 '조금'이라는 단어를 통해 시간에 대해 설명하였기 때문에,
'이따'를 넣어 다시 한 번 설명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조금 있다 샤워해."로 쓰는 것이 맞습니다.
'조금' 뒤에 '이따'를 쓰는 것 자체가 어색한 표현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의 설명을 첨부하였습니다. 참고해 주세요!
'우리말 바로쓰기'의 예문에도 의미의 대입을 적용해 봅시다.
예문은 '10분만 있다가 출발할게.'였습니다.
(7) "10분만 조금 지난 뒤에 출발할게."
(8) "10분만 머물다가 출발할게."
(7)은 '이따'의 의미를, (8)은 '있다'의 의미를 대입하였습니다.
(7)은 조금 어색하죠? 역시 '10분만'을 통해 시간에 대해 설명하였는데,
다시 한번 시간의 흐름에 대해 설명하였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8)은 치환하여도 자연스러운 문장입니다.
이번 맞춤법도 만만치 않았던 듯합니다. 한국인인데 한글이 참 어렵네요.
솔직히, 가끔은 이렇게 올바른 문법에 집착하고 이에 대해 토론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합니다.
언어의 목적은 의사소통인데, 소통만 된다면 괜찮지 않나 싶어서요.
하지만 재밌잖아요?🙂
재밌으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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