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예상치 못하게 모션그래픽 디자이너가 된 박빨간날입니다.
'비전공자인데 디자이너 취업 가능할까?'와 같은 고민을 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비전공자가 어떻게 준비해서 디자이너 취업을 했는지, 공부는 어떻게 했는지 등에 대한
정보 공유 차원에서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내가 디자인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
아이러니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디자인에 관심을 가졌던 적은 단 한순간도 없습니다.
저는 소비욕구보다는 생산욕구가 강한 사람인데, 이 생산욕은 아주 어릴 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무언가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종이접기 같은 것에도 관심이 있었고,
가족이 함께 마트에 갈 적이면 부모님께 졸라서 아이클레이를 사곤 했습니다.
그걸로 당시 푹 빠져 있었던 데스노트의 엘과 라이토 피규어를 애지중지 만들었던 기억이 있네요.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해서 틈만 나면 바닥에 엎드려 생각 나는 것을 그리거나 A4 용지로 만화책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 생산욕이 다른 아이들이 흔히 가지지 않는 영역에도 작용했는데, 바로 게임이었습니다.🎮
남자 아이들이 누구나 그러하듯 어릴 적 게임을 아주 좋아했습니다.
하루에 2~3시간밖에 되지 않는 시간(컴퓨터 시간제한 있는 거 국룰)을 짬 내서 게임을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동시에 저는 게임을 만드는 것에도 관심을 가졌습니다.
왜인지, 무엇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어요.
게임을 플레이하기보다는 만드는 것에 더 큰 관심을 가지게 되어,
플래시나 RPG쯔꾸르 등 다양한 것에 손을 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제대로 배우지도 않고 어린 나이에 상식도 없이 게임을 만들다 보면 반드시 수많은 한계를 만나게 됩니다.
코드에 대한 이해, 사운드와 그래픽 리소스 등이 필요하게 되죠.
편리해진 프로그램으로 누구나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이 중 그래픽에 대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처음으로 포토샵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저는 뭘 공부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로 디자인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로 학교를 다니면서 뚜렷한 아웃풋을 낸 경험은 없습니다. 꾸준히 조금씩 해왔을 뿐입니다.
그저 남들이 잘 모르는 취미였을 뿐, 제가 하고 있던 것으로 돈을 벌거나, 취업을 하겠다는 생각도 전혀 없었습니다.
아니, 그때는 취업이 뭔지도 몰랐지요.
그러나 남자는 군 제대를 앞두고 위기감을 느낍니다.
그동안은 그저 학교를 다니고, 군대에 입대해 뺑이를 치며 살아가기만 하면 됐습니다.
그런데 이제 보니까 나도 독립해서 돈을 벌 준비를 해야 하는 나이가 되었던 것이에요.
거기서 저는 어릴적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던 것들을 떠올렸고,
저도 취미를 직업으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당시 저에겐 버킷리스트가 있었는데요, 그중에는 게임을 만드는 것과 영상을 만드는 것 등이 있었고,
이것들을 이루기 위해 프로그래밍과 디자인 툴을 공부했습니다.
영상을 만드는 일은 제 생각보다 적성에 맞았고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관련 지식을 넓히며 공부하다 모션그래픽에 가장 큰 흥미를 느껴 혼자 다양한 영상들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것들이 모여 제 포트폴리오가 되었습니다.
사실 이때까지도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무언가를 그리고 움직이게 하는 것은 즐거웠지만,
자유로운 듯하면서도 정해진 대로 따라야 하는 디자인 법칙에 따라 장면을 구성하는 일은 고역이었습니다.
그래서였는지, 포트폴리오를 완성하자마자 거대한 슬럼프에 빠져버렸습니다. 😩
디자인과 영상 제작을 준비한 방법
저는 가장 먼저 GTQ를 준비했습니다.
자격증이 필요한 직군은 아니지만 자격증이 하나도 없어서 뭐라도 따고 싶었기 때문이죠.
이때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를 태어나서 처음 접했습니다.
빠른 시일 안에 GTQ 1급을 딴 것이 디자이너의 길의 시작이었지 않나 싶습니다.
우선 디자이너 취업의 경우 자격증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가끔 자격증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필요한 건 포트폴리오와 증명할 수 있는 실력입니다.
물론 자격증이 뭐라도 있으면 무조건 플러스 요소이나,
자격증을 준비할 시간에 더 나은 작업물을 만들어 실력을 늘리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역시나 세분화된 직종과 업무 등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GTQ 외에는 자격증을 취득하지 않았습니다.
취업할 때 토익도 했었지만 역시나 디자인 계열 취업에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독학을 해왔지만 모든 과정을 혼자 밟아온 것은 아닙니다.
대학 4학년 때 HRD넷을 통해 국비 지원 강의를 들었습니다.
친구의 누나가 국비 지원 강의를 통해 비전공 웹디자이너로 취업을 성공했다며 제게 추천해 주었습니다.
당시 애프터이펙트와 프리미어 프로 공부를 시작해야 했는데,
영상 툴들은 혼자 시작하기에는 다소 막막함이 있어 학원을 다니는 것도 좋은 기회일 것이라 여겨 바로 등록했습니다.
완전 기초반이라 포토샵과 일러스트도 처음부터 가르쳐주는 반이었던 점,
코로나로 인해 전면 비대면 수업이었던 점을 제외하고는 만족스러웠습니다.
영상 툴들도 기초부터 심화까지 학습할 수 있었고, 선생님의 피드백이 포트폴리오 준비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때는 레이아웃 개념도 전혀 없어 처음 영상을 만들 때 요소들을 항상 화면에 꽉 차게 배치하기도 했어요.😄
정말 많이 발전했음을 스스로 느낍니다.
국비지원 강의는 강의가 끝난 후 바로 취업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많은 분들이 수업을 들으며 실습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제작하고, 바로 취업을 하십니다.
그런데 기초 과정이며 수업 기간도 4개월 남짓 했기에 당연히 취업하기에 충분한 실력을 쌓을 수는 없습니다.
취업을 한다고 해도 전문적인 방향으로는 가기가 힘들고, 매우 단순하고 간단한 영상 작업만 가능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영상 제작을 전문적으로 하는 회사에 들어갈 만한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는 없다는 겁니다.
저는 같은 수업을 들은 분들보다는 경험이 좀 더 있었기에 조금 더 나은 퀄리티를 낼 수 있었지만 역시 부족했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바로 취업하지 않고 대학을 병행하며 유튜브를 통해 독학했고, 포트폴리오를 보충했습니다.
꾸준히 유튜브로 애프터이펙트 기술 튜토리얼을 시청했고, 시네마포디와 블렌더로 3D도 학습했습니다.
15초가량의 모션그래픽 광고 영상, 요즘 핫한 키네틱 타이포그래피 같은 것들을 제작해 포트폴리오로 사용했습니다.
어떤 종류의 영상을 사용하는지는 그리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분위기와 톤 앤 매너, 실력 어필이 가능한 스킬들이 적절하게 어우러진 영상이라면 무엇이든 오케이라고 생각합니다.
포티폴리오 릴 영상은 만들지 않았습니다. 신입이기도 하니까요.
스스로 실력을 키울 수 있는 어느 정도의 통찰력과 노력이 있다면 유튜브만 보고 공부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요즘은 콜로소 같은 고퀄리티 학습이 가능한 플랫폼이 발달했으니 유료 강의를 활용해 보심이 어떨까요.현업 종사자들도 역량개발을 위해 강의 수강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비전공자로서의 디자이너 취업을 통해 느낀 점
저는 꽤나 '대충 살자' 마인드를 장착하고 살아가는 타입이라 취업도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국비지원 수업으로 영상을 공부해서 지방에서 대충 밥 벌어먹으며 살아야지 하고 있었는데요,
담당 선생님께서 학원 다닌다 생각하고 서울로 가서 잠깐이라도 일해보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 말을 듣고 나도 조금 가능성이 있겠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욕심이 자라났나 봐요.
큰 세상으로 가서 제대로 영상을 해보고 싶어 졌습니다.
그래서 수도권까지 반경을 넓혀 구직을 했고, 지금은 수도권에 위치한 인하우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업계에 직접 발을 들여 보니 비전공자는 생각보다 찾기 힘듭니다.
그 이유는 직접 깨닫게 됩니다. 전공자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했다는 자부심도 가지게 되지만,
난이도 있는 업무를 할 경우 지식과 역량 부족을 여실히 느끼게 됩니다.
물론 다른 분들보다 인정받는 부분도 있지만 탄탄한 베이스를 가진 자들과의 차이가 드러납니다.
경력과 경험만이 그 한계를 뛰어넘고 전공자들 이상의 실력을 가지는 기회를 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기회를 가지기가 무엇보다도 힘이 들겠죠.
많은 사람들이 취미를 직업으로 가지는 것이 훨씬 힘들다고 합니다.
일이라는 게 원래 X같은 것이기 때문에 취미도 일이 되면 X같아진다는 겁니다.
누구에게나 그런 건 아니겠죠. 사람마다 다를 것이고, 저는 지금 이 일이 제 적성에 맞음을 확신합니다.
그러나 저는 추구하는 방향이 달랐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애석하게도 저는 저만의 예술을 하고 싶습니다. 단순히 예술을 하고 싶은 것과는 다릅니다.
저는 남들이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감성과는 조금 다른 느낌을 항상 추구했고, 이것이 이 일을 계속하는 데 방해가 됩니다.
모션그래픽을 하는 것 자체로도 재미를 느끼지만, 원하는 것을 표현하고 싶다는 욕구를 해소할 길이 없습니다.
업무와 다른 취미생활에 이미 시간이 부족해 개인작업을 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물론 변명이겠지만)
원하는 길과의 괴리를 느껴 날이 갈수록 정신적으로 지치게 됩니다.
회사에서 일을 하는 비전공자라면 이런 경우가 꽤 많지 않을까 생각하는데요.
취미가 일이 되었을 때의 고통은 이런 고통도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어야 할 듯합니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매일 고민합니다.
이 일을 계속해서 업계에서 디자이너로서의 실력을 키울 것인지,
다시 취미로 전환해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길을 갈 것인지.
어느 쪽이든 쉽지 않을 것이고 수많은 장애물이 앞길을 막겠죠?🙄
결론은, 저는 이렇게 디자이너가 되었습니다.
그래픽 디자이너, 혹은 영상 디자이너 취업을 준비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저는 대충 살아가는 한량 같은 사람임에도 좋아하는 일에는 누구보다 노력하는 노력파인데요,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은 거짓말이 아닙니다. 모두 힘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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